서울중앙지방법원, 한미약품의 늦장공시에 대해 13억원대 배상판결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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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1.03.22   


42301ea1779418ed9e4180f2b37e6f024c8bf328.png지난 2020. 11. 19.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미약품 또는 한미약품의 자회사인 한미사이언스 투자자126명이 한미약품과 한미약품의 대표이사 및 공시업무담당 부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하여 원고 청구금액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13억 7천만원 가량의 배상을 명하는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했다. 이하에서는 소송이 이루어진 사안과 판결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한미약품 늦장공시 사건은

 

한미약품은 2015. 7. 28.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당시 개발 중이던 폐암치료제 올무티님에 대해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였다고 공시했다. 기술이전계약 체결 관련 공시 직후 치솟은 한미약품의 주가는 이후 등락을 거듭했다. 이로부터 1년 여 후인 2016. 9. 29. 16:33 한미약품은 미국 제넨텍사와 1조원 규모의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는 호재를 공시했고 주가는 또 한 번 급등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17시간 후인 2016. 9. 30. 09:29 한미약품은 돌연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기술이전계약이 해지되었다는 내용의 악재를 공시했다. 악재 공시 직전 62만 8천원까지 올라갔던 한미약품의 같은 날 주가는 같은 날 장마감시 50만 8천만 원으로, 13만 8천 원이었던 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장마감시 11만 4천원으로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호재 공시가 이루어진 직후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종목에서 대규모의 공매도가 이루어진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와 함께 한미약품과 한미약품 직원이 위 악재 공시 관련 정보를 2016. 9. 28.경 전파하고 내부자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함께 불거지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16. 9. 29.자 호재 공시 이후부터 악재 공시가 있었던 다음 날 오전 9시 29분 사이에 한미약품 또는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매수해 손실을 입은 126명의 투자자들은 한미약품, 한미약품의 대표이사와 공시업무 담당자를 상대로 이들의 공시의무 위반, 신의칙상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해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73903호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 내용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20. 11. 19. 120명의 투자자들의 청구금액 약 13억8000만원 중 13억7000만원을 한미약품, 한미약품의 대표이사 및 공시업무 담당자가 투자자들에게 함께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한미약품은 회사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이전계약과 관련해 체결한 2016. 7. 28.자 상호합의에 대해서는 공시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가, 2016. 9. 29. 16:33경 호재를 먼저 공시한 후, 위 상호합의에서 충분히 예견되었던 악재를 다음날 거래 개시 이후인 2016. 9. 30. 09:29경에야 공시함으로써 한미약품 및 한미사이언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다시 크게 하락하도록 하였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한미약품의 일련의 행위는 원고들이 위 2016. 7. 28.자 상호합의 내용을 모른 채 호재에 따라 높게 형성된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을 매수하였다가 다음 날 악재가 공시되어 주가가 하락함으로써 입게 된 손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설령 피고들의 주장처럼 위 악재가 통지된 시각이 2016. 9. 29. 19:06경이고, 거래소 측 과의 문제가 있어 2016. 9. 30.거래개시 전에 악재를 공시하지 못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위 악재를 거래개시 전에 공시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결론을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손해배상의 범위는 ‘한미약품 또는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을 매수한 후 악재 공시일 또는 그에 가까운 날 이를 매도한 원고들의 경우에는 위 각 주식의 매수가액에서 실제 매도가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위 ‘각 주식을 계속 보유중인 원고들의 경우 위 각 주식을 매수한 가격에서 악재 공시일인 2016. 9. 30. 종가를 공제한 금액’으로 산정되었다.

 

이번 판결의 의미와 향후 전망

 

이 사건 당시 ‘기술도입, 이전, 제휴’와 같은 기술계약 관련 공시는 의무공시 사항이 아니라 자율공시 사항에 해당했다(이 사건 이후 구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업종 및 상장법인의 개별적 특성에 따른 중요성 정도에 따라 공시의무를 부과하도록 법령이 개정되었다, 2016.12.28 규정 제1397호로 일부 개정). 다만 문제가 된 일련의 공시 이후 한미약품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을 통해 알 수 있듯, 자율공시가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판결은 자율공시 사항에 대한 변경 내용을 공시하지 않거나, 뒤늦게 공시한 경우에 발행회사 및 관련자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로서 그 의미가 크다. 한미약품의 일부 직원들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이용금지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문제가 된 늦장 공시에 관련자들의 위법한 의도가 엿보이는 점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이 1심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에서는 ① 한미약품이 2016. 7. 28.자 상호합의 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것을 공시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② 위반에 해당한다면 2016. 7. 28.자 공시의무 의무 위반과 2016. 9. 30.자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주식 매수로 인한 손실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③ 2016. 9. 30.자 악재 공시가 뒤늦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공시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④ 원심의 손해배상 산정방식이 적정한지에 관한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현주 변호사 hjku@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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